우도에 펜션을 잡는다. 펜션의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창 밖의 풍경은 훌륭하다.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따뜻한 샤워를 기대한다.
따듯한 물이 나온다. 으어어 좋다.
한 마리의 좀비가 되어 현세의 고난과 번민을 잊어본다.
그렇게 나를 잊고 신과 영접하려는 순간 무언가가 나를 다시 현실로 잡아내린다.
샤워부스 바닥에 꽉찬 물이 불쾌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렇게 행복한 샤워는 배드엔딩으로 끝이 난다.
나는 나의 동반자의 불쾌한 경험을 원치 않는다.
고민끝에 결심한다.
그렇게 나는 펜션의 하수구 청소를 했다.
다행히 나의 파트너는 행복한 샤워를 경험했고 나는 생각에 잠긴다.
화려한 조명, 좋은 아이템, 잘 관리된 리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클라스는
누구나 잘 하는 것을 잘하고
누구나 신경쓰는 것을 신경쓰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 것을 신경써서 챙기고
남들은 별 문제 아니라고 말하는 것들을 굳이 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느꼈다.
나와 우리의 클라스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또한 어디로 가는가.